MYSC CEO 김정태님의 글[임팩트 시대가 온다] 어떤 기업의 투자수익률이 높을까 / 김정태

관리자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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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ㅣ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과거 수익률 꼴찌였던 메리츠자산운용을 국내 최정상급 운용사로 성장시킨 존 리 사장과 치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임팩트투자 관련 세미나를 마친 직후라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비롯해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가 말하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주인(주주)이 되고 싶은 기업에 투자하느냐’란 기준이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분수령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투자하는 기업이 만드는 가치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와는 무관하게 수익률만 중요하다면 투기일 뿐이며, 이런 투자는 기본적으로 손실 위험이 높다고 했습니다. 반면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단기적인 변동에 미동하지 않고 장기적인 주식 보유를 통한 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투자를 존 리는 ‘가치투자’라고 부르는데, 이는 최근 전세계와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임팩트투자까지 포함합니다.


일본의 가마쿠라투자신탁은 2008년 설립된 짧은 역사의 자산운용사이지만 탁월한 운용 실력으로 일본 투자신탁 국내주식부문 1위에 오른 곳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일본지사 부사장을 역임한 창업자들이 만든 이곳의 고객은 99% 이상이 개인 투자자입니다. 20~40대 투자자들이 가마쿠라투자신탁을 신뢰하는 이유는 이곳의 투자철학이 ‘좋은 일을 하는 회사에만 투자하면서도 수익을 낸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0년을 유지하고 지속하는 펀드를 운용한다는 가마쿠라투자신탁은 실제로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을 판단할 때 ‘팔방이익’이 가능한지를 검토합니다. 여기서 ‘팔방’이란 기업의 직원과 그 가족, 거래처 및 채권자, 기업의 고객, 기업이 속한 지역, 사회, 국가, 경영자, 주주 등 총 여덟 부류의 이해관계자를 의미합니다. 가마쿠라투자신탁은 일반화할 수 없는 독특한 사례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재무적 이익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까지 주목하는 임팩트투자의 보편적 성과는 과연 어떠할까요?


최근 미국의 지속가능경영 지원기관인 ‘토리(Torrey) 프로젝트’가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총 4개 그룹의 평균 주식 가격 추이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4개 그룹은 통상 우량기업으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대 기업(S&P 500),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소개한 현존하는 9개의 ‘위대한 기업’, 세계적 기업윤리연구소 ‘에티스피어’가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의 가장 윤리적인 회사’ 128곳 중 48곳의 상장기업, 그리고 미국 경영학자 라젠드라 시소디아의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에서 소개된 18곳의 ‘사랑받는 기업’ 등입니다.


4개 그룹의 주가 추이로 본 재무적 성공 순위는 어땠을까요? 흥미로운 사실은 4개 그룹이 1년 정도 단기간의 경주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가, 3~4년이 지난 뒤 결정된 순위가 20년이 될 때까지 유지되면서 그 격차는 갈수록 확대됐다는 사실입니다. 1999년의 주가를 각각 기준으로 ‘500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은 평균 200%의 주주가치 증대가 있었던 반면, ‘가장 윤리적인 기업’은 300%, 그리고 ‘사랑받는 기업’의 성적은 무려 400%였습니다.


라젠드라 시소디아가 말하는 ‘사랑받는 기업’은 한마디로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업’을 의미합니다. 이는 앞서 가마쿠라투자신탁이 발굴하고 투자하는 ‘팔방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주주의 이익에 몰두하는 기업들과 달리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의 유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장기 생존 외에 장기적 이익도 높을 수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정부가 출자한 수백억원대 규모의 임팩트펀드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케이디비(KDB)산업은행, 에스케이(SK), 이재웅 쏘카 대표, 옐로우독 등이 참여한 5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런 펀드들은 구조적으로 운용 기간이 통상 8년, 길어야 최대 10년인데, 정부가 참여할 경우 단기적 성과 회수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100년 펀드가 가능할까요? 개개인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도록 돕는 동시에 장기적 이익도 기대하는 임팩트펀드의 출범도 가능할까요? 그런 미래가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6889.html#csidx95381042d4c6be7a3cd31627bf3d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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