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시대가 온다] ‘소셜’이란 단어가 필요 없는 시대 / 김정태

관리자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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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2019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임팩트’ 시대에 대한 개인적인 회고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5년 전, 지금은 작고한 한국 벤처계의 대부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와 나누었던 이야기부터 소개합니다. “지금은 소셜벤처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10년 후에는 굳이 ‘소셜’이란 단어를 쓰지 않을 겁니다. 벤처란 기본적으로 다 소셜해야 하니까요.” 지금과 같지 않게 5년 전에는 임팩트 시대가 오고 있다는 징후가 약했던 시기였습니다. 한국 벤처계의 선구자다운 혜안을 가지고 있던 이민화 교수는 저에게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인내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해주셨습니다.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난 지금 바야흐로 임팩트 시대가 오고 있음을 확연히 느낍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경제사절단으로 6개의 소셜벤처가 올해 최초로 포함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국내의 유명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인터뷰에서 은퇴 후 소셜벤처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임팩트로 무장한 소셜벤처들이 존재감을 좀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경진대회인 ‘도전! 케이(K)스타트업 2019 왕중왕’에서 약 200 대 1의 경쟁률 끝에 장관상을 받은 기업은 소셜벤처 마린이노베이션이었습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올해의 37개 청년기업인상에도 소셜벤처인 위대한상사와 유니크굿컴퍼니가, 벤처창업진흥 장관 표창에는 소셜벤처 모어댄이 포함됐습니다.


한국의 제2 교역국가인 ‘넥스트 차이나’ 베트남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베트남 최대의 연례 스타트업 경진대회인 ‘테크페스타 베트남 2019’에서 영예의 1위와 2위에 소셜벤처가 선정됐고, 이 중 한곳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한 곳으로 시각·청각장애인의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테크 ‘누아르’(Noir)입니다.


대기업에서도 소셜벤처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에스케이는 올해부터 구성원 성과 측정의 최대 50%를 사회적 가치 분야로 설정했고, 내년에 그룹 차원의 교육 조직인 에스케이유니버시티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경우, ‘임팩트 파트너링’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 분야의 인진, 오투엠 등 4곳의 소셜벤처를 선정하고, 사회적 가치 기반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 수 있도록 모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성과 가운데 하나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소셜벤처 인진, 베트남 꽝응아이성 정부, 베트남 파트너사인 빈그룹 등과 협력해 새롭게 시작한 ‘베트남 안빈섬 탄소제로 섬 프로젝트’입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소셜벤처는 대기업에 사회공헌의 파트너였을 뿐이지 주요 사업의 파트너로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큰 변화로 여겨집니다. 이런 변화들을 종합해서 얼마 전 벤처기업협회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흐름 중 하나로 ‘소셜임팩트’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국내외 소셜벤처들은 흥미롭게도 올해 제가 심사역으로 참여해서 임팩트 투자가 집행된 기업들 중 일부입니다. 임팩트 투자를 하면서 올해처럼 소셜벤처들의 약진을 경험한 것도 저 역시 처음입니다.


임팩트 시대를 맞이해서 ‘사회’ ‘환경’ 등의 단어가 비즈니스의 주요 언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영국의 노동당은 최근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일련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상장 기업이 환경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과 전략을 수립하고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런던증권거래소의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환경’은 더 이상 비재무적인 요인이 아니며, 재무적으로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필수적인 비즈니스 언어로 떠올랐습니다.


임팩트 시대가 왔음을 알 수 있는 징후는 임팩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언어들이 얼마나 자주, 많이 쓰이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이민화 교수의 선구적인 예언이 5년 남은 시점에서 남은 5년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올해의 징후들과 변하는 속도를 지켜보면 앞으로 5년 후 ‘소셜’이란 형용사는 많이 쓰이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0466.html#csidxfb9f28736cd996c9beba6c6fa2a6f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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