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시대가 온다] 에너지, 사용자와 직접 소통할 때 / 김정태

관리자
2021-03-19
조회수 13

김정태 ㅣ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최근 한국은행의 채용공고 하나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후와 경제라는 두 분야를 통합 연구하는 박사급 연구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이러한 공고를 낸 것이 왜 주목을 받았을까요?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열렸던 기후변화와 임팩트투자를 토론하는 자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기업이 활동하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시장 비용(탄소배출권)이 매년 상승합니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의 가격 추이에 따라 기업의 이익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주기적으로 검토하며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최고재무책임자의 주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2015년 1톤당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8천원 선이었지만 2020년 3월 가격은 4만원을 넘었습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에 기본적으로 비용의 영역이기에 이러한 가격 상승은 대기업의 경우 수천억원대 수준으로 이익에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기후, 재무책임자와 이산화탄소, 재무제표와 탄소배출권 가격 등 직관적으론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 영역이 우리 삶에 깊숙이 연결됨을 느끼게 되는 사회가 바로 뉴노멀(New Normal) 사회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해부터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참여형 에너지 문제정의 프로세스와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사용자 참여형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재생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산에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지역 수용성입니다. 과거 에너지란 기간산업으로서 공급자가 만든 방식을 사용자는 주어진 대로 사용하던 방식이었습니다.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던 것이 현실입니다. 마트에서 음식을 살 때 원산지 표기나 열량, 재료 표기 등을 보며 소비자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에너지는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내가 쓰는 에너지에 관련해서도 화석연료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처럼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례로 강원도의 한 마을에서 재생에너지 수용성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일화입니다. 태양광 발전을 비롯해 여러 재생에너지가 마을 주변으로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부정적이었습니다. “태양광 패널에서 전자파가 나오면 해당 지역 암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풍문이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퍼져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달하며 그러한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교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진짜 문제 해결은 지역주민들에게 에너지에 대한 선택권과 주도권이 있음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관점에서 에너지를 바라보도록 돕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용자 참여형 ‘문제정의’가 계속될 때 재생에너지는 우호적인 이해관계자를 더욱 확보하게 되며, 새롭게 정의된 문제는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의 기회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빅웨이브라는 기후변화 청년단체 모임은 청년 세대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에너지를 문제정의 합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수동적인 에너지 소비층이 아니라 에너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데 기여하게 도울 수 있을까?”란 문제정의를 바탕으로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에너지를 선택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로 나서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역시 식음료와 같이 원산지, 유통 과정, 제조원, 판매원 등의 기본적 언어가 포함되는 일상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루트에너지란 소셜벤처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커뮤니티 펀딩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지역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서며 대부분의 이익은 외지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지역주민들이 투자에 참여해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누적 펀딩액 2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수용성이 새로운 혁신 사업의 기회로 발전한 사례입니다. 앞서 언급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에너지기술 수용성에 혁신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사회혁신형 에너지기업’ 지원을 시작합니다. 수용성과 에너지사업화는 앞서 언급된 한국은행과 기후, 재무책임자와 이산화탄소 등의 조합과 같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우리가 살아갈 임팩트 시대는 이러한 조합이 뉴노멀일 수도 있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42567.html#csidx1b2e50671037cf5ac7860f03c757140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