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시대가 온다] 대통령 순방사절단이 된 소셜벤처들 / 김정태

관리자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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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스웨덴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과 스웨덴 국왕이 참석한 행사가 마무리된 직후였다. 스웨덴의 스타트업 대표들, 투자자들과 간단히 점심을 겸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발표 기업 중 하나였던 ‘클라이밋 뷰’를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도시의 다양한 행위를 분석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과 삶의 변화로 연결하도록 돕는 일종의 빅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회사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스웨덴 젊은 세대에게 소셜 임팩트란 어떤 의미인가요?”


문 대통령의 스웨덴 순방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함께했던 지난 15일(현지시각)의 일이다. 이때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스웨덴 소셜벤처 간담회’였고, 해외 순방에서 대통령이 공식 참석한 행사가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란 주제로 진행된 것은 단군 이래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스웨덴의 포용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을 했고, 스웨덴이 이런 주제를 공식 어젠다로 포함하기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스웨덴을 포함해 노르웨이, 핀란드까지 포함됐던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은 사실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사절단에서 스타트업 중심 사절단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일반 스타트업 53곳 외에 눈길을 끈 것은 앞서의 소셜벤처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벤처 6곳이었다. 유니크굿컴퍼니(몰입형 경험게임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더빙 프로젝트), 모어댄(폐자동차 시트 업사이클링 제품), 테스트웍스(소프트웨어 테스팅 및 인공지능 데이터), 닷(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기기), 엔젤스윙(드론을 활용한 데이터 플랫폼), 오파테크(시각장애인의 점자 문맹률을 낮추는 스마트 점자학습기) 등은 사회문제를 새로운 접근으로 해결하며 재무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벤처들이다.


이 중 행사에서 발표를 마친 뒤 깜짝 선물로 스웨덴 국왕에게 제품을 증정한 모어댄의 이력은 소셜벤처의 전형적인 성장 경로를 보여준다. 영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공부하던 최이현 대표는 기업의 제조 과정에서 많은 폐기물과 자원 낭비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 성장에 비례해 늘어나는 폐자동차 가운데 가죽 시트에 눈길이 갔다. 국내에만 연간 폐차되는 자동차가 대략 80만대, 자동차용 가죽 시트의 수명은 45년. ‘폐자동차에서 나오는 최고급 품질의 가죽 시트에 어떻게 하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의 랩몬스터가 이용하면서 현재는 제주도 면세점에서만 월매출 1억원에 육박하는 모어댄의 초기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모어댄이 창업 과정에서 참여했던 벤처 경진대회에서, 심사에 나선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했다. ‘누군가 앉아서 해진 가죽 시트로 만든 가방을 그렇게 비싸게 구입할 사람이 있을까요?’ ‘한국과 같이 습기가 많고 눈과 비가 오는 곳에서 가죽 가방이 과연 실용적일까요?’ 안될 이유가 더 많을 것만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시장이 커지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모어댄은 2015년 설립 이후 외부 투자 없이도 지금껏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모어댄의 사례와 같이 소셜벤처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의 기회를 새롭게 만드는 혁신 벤처다. 스웨덴 행사에서 모어댄의 이야기를 들은 현지 참가자들은 “모어댄 제품은 스웨덴에서도 없던 제품으로, 지금 소개된다면 크게 성장할 것 같다”고 평했다.


서두에 언급한 내 질문에 대한 스웨덴 기업가의 답변이 궁금할 것이다. 쉽게 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답변은 쉽고 평이했다. “소셜 임팩트는 이곳에선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가 아니라, 그냥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되고 있어요.” 임팩트 시대의 도래를 스웨덴에서도 확인했다. 저녁에도 환한 백야의 스톡홀름 야경을 즐기며 앞서 언급한 소셜벤처들과 ‘케이벤처스’(K-ventures)란 이름을 함께 만들었다. 케이팝, 케이푸드, 케이뷰티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로서 소셜벤처의 가능성을 모두 느꼈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99443.html#csidx219840d2d39659b8996de5ee957f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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